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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독일 교환학생 2012. 2. 9. 01:17

교환학생 지원 1 - 마음의 준비

군시절, 여태까지의 내 삶이 너무나 '로컬'하지 않냐는 지금 돌아보면 웃긴 생각에 빠졌던 때가 있었다. 여기서의 로컬이란 지리적인 의미가 아니라, 부산에서 태어나 대학마저 부산에 다니면서 적당한 성적과 적당한 칭찬에 스스로 만족하며 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서 든 다소 추상적인 용어이다. 언뜻 자랑 같아 보일지 모르겠다. 늘 3~4등만 하던 내 인생은 앞으로도 어딜 가더라도 그 정도는 할 것 같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 나의 허영심이 싫었다. 고민 끝에 그것은 내가 늘 목표를 낮게 잡기 때문이 아니냐는 결론에 이르렀으나, 아무튼, 그 생각에서 나의 교환학생에 대한 꿈은 시작되었다.

대학의 친한 친구들은 CPA를 준비하거나 외국에 간다는 것에 큰 뜻이 없었는데, 언제나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찾는 내 자신에 은근한 자뻑 기질을 유지시킬 수 있었던 나는 올커니, 그렇다면 나는 그들이 하지 않는 교환학생을 가야겠다! 라며 그 생각을 더욱 확장시켰다.

전역 이후, 교환학생이 되기 위해 나는 3개의 원어 수업을 들어야 했다. 그리고 '남들이 잘 가지 않는'(사실 나도 병적인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해봤지만, 어쨌거나 이것은 내가 남이 아닌 나로 살기 위해 스스로 부여했고, 또 현재 그것에 만족하는 나의 역할이다.) 핀란드에 지원하기 위해 필요했던 토플 점수를 따기 위해 이것저것 알아보기 시작했다.

우선 복학과 함께 나는 부산대 파고다에 스피킹&라이팅반을 등록했고, 한 달간 무언가를 얻어내보려고 열심히 다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학원을 다니던 그 순간에만 잠깐이었을 뿐, 그 학기 내내 토플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내고 말았다. 그리고 한 학기가 끝나고 돌아보니, 내 주위엔 온통 나에게 언제 '핀란드'에 가느냐고 묻는 사람들 투성이었고, 나는 어쨌거나 허풍쟁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토플을 따야 했다.

나는 그 전까지 공인영어시험을 한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별다른 이유는 아니었고 단지 그 점수가 필요했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수능 외국어 시험 이후로 영어와 본의 아니게 멀어졌던 나는 결국 친구들과 인터넷 글들의 조언에 따라 휴학을 하게 되었다.

휴학을 하고 이번에는 잘 가르친다는 서면 파고다에 한 달간 등록을 했다.  나는 무언가를 배울 때 학원을 다녀야 한다는 생각을 평소에 잘하지 않던 터라, 26만원이라는 돈을 들여 수업을 듣는다는 것이 매우 비싼 일이라고 생각했다. 역시나 학원을 다니면서도 숙제와 공부를 제대로 하지는 않았지만, 어쨌거나 학원을 다녔던 9월 한달이 그럭저럭 무언가를 하는 것 처럼 보이게는 했다.

10월에 BIFF 자원봉사를 하느라 흐름이 끊긴 나는, 지금의 여자친구에게 푹 빠져 그 시간마저 다 바치고, 11월이 다 되어서야 스스로 토플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보니 가능한 한 가장 뒤에 치를 수 있는 시험은 12월 18일. 약 50일 남짓한 시간이었다. 남들에게 부끄러운 것도 그렇거니와 결국 휴학하지 않은 것과 다름 없어진 이 상황이 스스로에게 크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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