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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유럽 여행 2012. 11. 19. 12:40

다카우 수용소 기념관 (KZ, Concentration Camp)

다카우 수용소 기념관 KZ - concentration camp

2012년 11월 17일


다카우 수용소에 다녀왔습니다. 뮌헨에 오면서 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늘상 흐린 날을 기다리다가 못갔었죠. 제대로 기분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마침 플랫메이트 마누의 누나와 그녀의 남자친구가 뮌헨에 놀러왔는데 다카우에 가보고 싶어했기에, 가이드 할 겸 해서 다녀왔습니다. 여기 사는 친구들은 이곳에 다녀오면 싸늘한 기분이 들어 무섭다고 했는데 과연 어땠을까요?


뮌헨 시내에서 S2를 타고 Dachau역에 내려서 역사를 나오면 곧바로 이렇게 버스정류장이 있습니다. 저는 집에서 가까운 Laim역에서 탔습니다.  XXL 파트너 티켓을 13.5유로 정도 주고 샀구요. 최대 다섯 명 까지인데 저희가 마침 다섯 명이었으니 1인당 2.5유로 정도에 다녀온 셈이죠. 날이 어둡지는 않았는데, 하늘이 온통 구름으로 덮혀있어 사진이 제대로 나오질 않네요. 정류장에 내리면 726번 버스를 타고 KZ에 내리면 됩니다. 여기서 버스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KZ에 내리니까 그냥 따라가도 괜찮겠군요.


플랫메이트인 마누가 사진을 찍어줬습니다.


독일 친구나 스페인 친구들은 이곳을 '콘센트레이션 캠프'라고 부릅니다. '수용소'라는 단어가 저렇게 번역될 거라고는 미처 생각을 못했던 터라 처음에 이곳을 얘기할 때마다 못알아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다카우 수용소의 입장료는 무료. 하지만 제대로 보기 위해서 2.5유로에 오디오가이드를 구매했습니다. 학생이라 1유로 할인 받은 가격입니다. 저는 영어로, 이 친구들은 스페인어로 정했습니다. 모국어가 벌써 그립군요.


구름이 좀 걷힌 것 같습니다. 나무 사이로 슬몃 캠프가 보입니다.


캠프로 들어가는 입구.


입구에 있는 문에 있는 유명한 문구. '노동이 자유케 하리라'라는 말입니다. 사족을 달자면 독일인들의 역사의식은 상당히 수준 높습니다. 간단히 이 수용소가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는 것부터 짐작할 수 있죠. 독일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전쟁얘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사실 금기시되는 일인데요. 이 친구들은 '히틀러'라는 고유명사에 대해서 굉장히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독일로 이민을 오는 사람들 가운데는 폴란드인들도 많은데, 이들이 오히려 독일 사회에 들어오면 큰소리를 칠 수 있다는 것이죠. 독일인들이 잘못을 했기 때문에 이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이 박물관(전시관)입니다.


처음에 전시관이라고 해서 고정관념을 갖고 앞에 딱 섰는데, 웬걸 그냥 굳게 닫힌 문 하나만 달랑 있어서 깜짝 놀랬습니다. 여기는 원래 부엌, 샤워실 등등으로 사용되던 곳이기 때문에 입구에도 별다른 표식이나 장식 없이 그대로 놔둔 것이죠.


전시관 입구에 있는 비문. 역사라는 것의 무게를 느낍니다.


전시관으로 들어가면 우선 커다란 지도에 나치의 수용소가 있던 곳들을 이렇게 표시해두었습니다. 네모의 크기가 곧 그 수용소의 규모인데요. 가장 지독했던 수용소로 잘 알려진 아우슈비츠 수용소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그 시대에 정치적으로 이용되었던 포스터도 전시해두었습니다. 아래는 전시관 내부 사진들 입니다.


고문 기구죠. 설명이 잘 되어 있습니다.


수용소의 조감도 입니다.


조감도가 있는 방에서 창밖을 바라본 풍경입니다. 조형물이 왠지 끔찍해보입니다.


아쉽게도 스페인 친구들이 전시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아 미처 제대로 못보고 나왔습니다. 사실 체대생이라 예상은 했지만 말이죠. 박물관에서 한참 시간을 보내는 제 스타일과는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아쉬운대로 내용을 사진으로 찍어 간직하고 있습니다. 전시관을 나와서 이번에는 막사로 향했습니다. 막사로 향하는 길에 있는 문구가 인상적입니다. Never Again.


멀리 양옆으로 막사가 보입니다. 우측 막사를 들어가보았더니 좁은 침대며 낡은 화장실, 관물함을 볼 수 있었습니다.


첫번째 막사를 제외한 나머지는 다 철거가 되었습니다. 바닥에는 막사 번호가 새겨진 비석들이 각각의 자리에 있습니다. 저기 멀리 보이는 곳으로 가까이 가보았습니다.


일종의 추모장소입니다. 십자가와 꽃이 놓여있었습니다.


바로 뒷편을 돌아보니 역시 이렇게 꽃이 있군요. 암울한 역사의 흔적에 참으로 아름다운 꽃이라니, 인상깊었습니다.


더 뒷편으로 가면 이렇게 교회가 있습니다.


안에 들어갔더니 사람은 없었지만, 오르간 소리가 들려옵니다. 처음엔 녹음된 음악인줄 알았는데 음악이 끝나자 인기척이 들리더군요. 스페인 친구들이 한국의 종교는 불교냐고 묻기에 50-50으로 불교와 기독교 신자가 있다고 대답해주었습니다. 기독교가 한국에도 있다는 것에 적잖이 놀라던 베르날의 표정이 조금 웃기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추모장소를 지나서 이번에는 소각장으로 가봅니다.


철조망 사이로 비친 해가 눈부셔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소각장에 도착했습니다. 다른게 아니라 시체를 태운 곳이죠.


소각장 입구에도 이렇게 헌화하는 곳이 있었습니다. 이쯤 되니 이곳에 혼자왔더라면 더욱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래도 여행은 저마다의 묘미가 있는 법, 이런 곳은 혼자 와서 생각을 많이 하고 가는 것이 더 어울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가스실 입니다. 이곳에서 불과 몇 년 사이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갔을지 생각하니 소름이 돋습니다. 한국에서는 군대에 갈 때 가스체험을 한다고 말했더니 스페인 친구들이 모두 경악을 하더군요. 갑자기 든 생각이 저와 동갑인 친구인데, 여태껏 살아온 경험이 얼마나 다른지... 이 친구들은 3부리그에서 축구 선수를 하다가 피지컬 트레이너로 전향한 체대생입니다. 열여덟살 때까지 선수로 뛰었다고 하죠. 저는 열여덟살에 고등학교 3학년이었네요. 점심시간, 쉬는 시간, 석식 시간만 되면 축구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는 공부를 했는데...


소각장 주변에는 이처럼 많은 추모비들이 있습니다. GRAVE OF MANY THOUSANDS UNKNOWN이라는 글귀가 가슴을 먹먹하게 하더군요. 인간'동물'의 왕국에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그저 '인간'입니다. 정말로 정말로 끔찍한 일입니다.


소각장을 나와 다시 입구로 향했습니다. 벙커를 빼먹었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둘러보았습니다.


이 벙커는 주요인물들을 수용하는데 사용되었거나, 나치 SS들이 있던 곳입니다. 몇몇 주요인물들에 대한 설명들을 터치스크린으로 찾아볼 수가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수용소를 나오며, 인상깊은 글을 한번 더 눈에 담습니다. 지금이 얼마나 살기 좋은 시대인지, 나는 얼마나 만족하며 살아야 하는 사람인지를 느끼게 해준 경험이었습니다. 뮌헨에 교환학생으로 온 것은 참 행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의 영어와 독어 실력은 어쩌면 하나도 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그저 누군가가 살았거나 지금 살고 있는 흔적들을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큰 공부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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