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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영화 2012. 4. 5. 01:12건축학개론
모처럼 영화관에서 제대로 된 영화를 본 듯 하여 기분이 좋다. 그저 그런 영화의 홍수 속에서 무언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영화랄까. 벚꽃이 흩날리는 4월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영화가 있을까 싶다.
무엇보다 나의 대학교 1학년때를 떠올릴 수 있어서 참 아련하고도 행복했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제는 다시 오지 않을 그 시절의 그 마음, 나름대로의 순수함. 돈 주고 살 수 있다면 사고 싶은 그 생생한 에너지가 그리워 영화를 보는 내내 안타까움 또한 느꼈다. 납뜩이의 허접하지만 진정어린 조언을 보고 있자니, 내 친구들 역시 멍청했던 나에게 그렇게 했다는 사실도 떠올랐다. 지금은 조금 담담하달까? 대학교 1학년 때만 해도 정말 막무가내였고, 중고딩때의 '세상의 주인공이 된 듯한' 패기와는 또 다르게, 내 주먹이 세고 니 주먹이 세고가 아닌, 단지 깝죽대면서 느끼는 그 우월감의 희열이 삶을 지배했었는데... 아무튼 나의 오늘 역시 훗날에 그리움의 대상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또 오늘이 얼마나 소중한가 싶기도 하다.
음... 칭찬 하나. 군더더기가 없는 영화였다. 내가 한국 영화를 즐겨보지 않는 이유는 구태의연한 방식의 스토리텔링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일부러 웃긴 장면을 넣는다거나, 여기서는 울려야겠다, 놀래켜야겠다는 생각들이 너무 표면적으로 다가오는 영화들을 그동안 많이 접해왔다. 그에 반해 <건축학개론>의 납뜩이가 보여주는 멋진 대사들은 얼마나 깜찍한가? 게다가 플래시백이 잦은 영화들 특유의 산만한 전개가 이 영화에서는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깔끔하게 지나갔다.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칭찬 둘. 사심이 잔뜩 담겨있는 부분인데... 아무래도 그와 그녀들의 미모를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쯤되면 다같이 외쳐보는 연!정!훈!. 한가인은 정말 영화를 잘 골랐다. 하지만 관객들은 더 영화를 잘 골랐다. '수지학개론'이라던 이 영화는 한가인이 등장할 때면 스토리는 까맣게 잊은 채, 눈이 얼마나 큰 지, 피부는 얼마나 흰 지, 연정훈이 얼마나 부러운 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예전에 SBS에서 했던 '나쁜남자'라는 드라마가 있었는데, 그 때의 모습과 비슷하면서도 괜히 허술한 모습이 더욱 매력적이었던... 사심이든 뭐든 일단 찬양...
대학에서 나름 영화를 배워왔지만, 미술감상 하는 것과 비슷하게도, 아직 내공이 부족한 지라 단순히 그림의 느낌만이 중요하다. 혹은 그림의 이름이나. 그래서 말인데, 굳이 지적할만한 부분을 못찾겠다.
영화평론가들 처럼 멋지게 포스팅하고, 사람들 반응도 느끼고 댓글도 보고 하면 참 좋겠지만 그러기엔 글이 너무 개인적이라 한 주먹 비판거리도 못 된다. 그저 나는 이 영화를 봤더니, 내 나름대로의 어렸던 시절이 떠올라 괜시리 마음이 따뜻하면서도 시리다. 나는 7080세대도 아니고, 심지어 여전히 대학생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내 어렸던 친구들도 이 영화를 보고 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을까. 그랬다면 우리들의 추억은 언제든지 이어질 수 있는 아름다운 어제의 나 일텐데... 긴말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건축학 개론 봤드나?"
이렇게 물어보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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