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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음악 2012. 8. 3. 15:58

가을방학 - 한낮의 천문학


낯선 도시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
해 떨어지는 시간을 적기
그림자가 섞이는 그때 비로소 난 도착할 수 있는 것

낯선 그대가 내게 퍼붓는 질문들
겸손한 학생의 눈빛으로
천문학자가 밤을 기다리듯 조금만 시간을 가져요

어제 일과 작년의 다짐과
어린 시절의 반짝거림들
이 모든 것들을 어찌 다 전하나요
한낮 창가의 문답 몇 개로

숱한 밤을 함께 보내며
켜켜이 쌓인 은하수만큼 많은 얘길 나눠도
동이 트고 태양이 뜨면 연인들의 별은 빛을 잃던 걸요

잔인한 한 낮 더위에도
제자리에 붙잡힌 별들이 때론 안쓰럽죠

숱한 밤을 함께 보내며
켜켜이 쌓인 은하수만큼 많은 얘길 나눠요
동이 트고 태양이 뜨면
겸손한 학생이 되어 기다려요 우리




내 인생의 첫번째 꿈은 천문학자였다.

<별과 우주>를 사보며 88개의 별자리를 다 외웠던 15년 전의 내가 떠오른다.

삶에서 가장 미스테리한 것이 '시간'이라며 과연 그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나날들도.

과학 서적을 뒤적이지 않아도 해답을 알 수 있을 때가 올텐데

아직은 오지 않았다.


더운 여름 날에 기계음이 잔뜩 들어간 클럽 노래를 찾던 내 마음이,

출시된 지 한 달이 넘어서야 듣는 가을방학의 신보로 다시 잠잠해진다.

그렇다고 감성에 잠긴 것은 아니다.

매우 담담하다.


삐라시카바 시립 극장에서 들은 교향악단의 마지막 곡 제목이 궁금하다.

브라질의 전통 음악이라며 라이언 킹 주제가가 도입부에 들어 있던 곡이다.

그 날 내 옆에 있는 모두가 자고 있었지만 난 왠지 잘 수가 없었다.

그 음악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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