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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독일 교환학생 2012. 2. 9. 02:21

교환학생 지원 3 - HM 지원

모든 준비를 끝내고, 이번주 월요일에 드디어 교환학생에 지원했다. 애초 핀란드에 가려고 했던 나의 꿈은 싱가폴 친구들과 사귀게 되면서 잠깐 싱가폴로 선회했다가, 모자란 토플 점수 때문에 완전히 끝나고 말았다. 핀란드 한켄 스쿨에 가기 위해서는 83점이 필요했는데, 나는 딱 1점 모자랐으니... 참 아쉬웠다. 핀란드가 아니라면 이제 다른 곳을 선택해야 했는데, 차선책으로 단번에 노르웨이가 눈에 들어왔다.

교환학생 5개월 동안 아시아 국가는 왠지 좀 아쉬웠고, 그 중에서도 싱가폴은 무려 15명이나 가는 데다 이미 주변에 다녀온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 내가 교환학생을 가는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접었다. 그래서 생각한 곳이 노르웨이 NTNU였는데, 어차피 대학이 공대든 경영대든 나에게는 문화 체험이 더욱 중요했기 때문에 꽤나 흥미로운 곳이었다. 마침 우리학교 출신의 선배들의 후기들도 많았기 때문에 마음을 굳히고 노르웨이 NTNU에 지원하기로 했다.

막상 선발요강이 나와보니 떡하니 눈에 차오르는 이름이 있었으니, 그것은 '뮌헨'이었다. 독일이라니 저번 차수 까지만 해도 생각지도 않던 곳이 생긴 것이었다. 내심 노르웨이의 살인적인 물가, 이를테면 매달 내야 할 기숙사비가 60만원에 이르고, 학식이 우리 돈으로 만원이 넘는다는 무시무시한 루머가 사실일까 걱정하던 나에게 뮌헨은 아주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물론 독일 내에서의 뮌헨의 물가는 노르웨이의 뺨은 못때리더라도 무시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왠지 뮌헨이라니 좋다는 것을 보면 사람의 판단기준은 언제고 쉽게 변하는가 보다.

뮌헨으로 정했다. 이제 더 이상 예전처럼 바이에른 뮌헨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교환학생으로 간 사람의 수기를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으며, 그 학교가 저 유명한 뮌헨 공대가 아닌, 우리로 치면 전문대학급이라고 하는 '뮌헨응용과학대학'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뮌헨으로 정하고 지원서를 냈다. 어디에 끌렸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남서쪽엔 스위스가 있대... 가까운 남쪽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가 있고, 동쪽으로 조금만 나가면 오스트리아가, 북쪽으로 조금만 가면 체코의 프라하가 있대... 헐..."




2지망은 물론 노르웨이 NTNU, 3지망은 싱가폴 SMU. 사실 학교 수준으로 치면 싱가폴 SMU가 제일 좋은 것 같다. 게다가 경영대학이고, 물가가 싸진 않지만 상식선이니 뮌헨에 비해 200만원 정도 비용도 덜 들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여행의 로망 때문에 눈에 뵈는 게 없다. 이쯤되면 애초에 교환학생을 가려고 했던 이유도 희석되어 흐물흐물해졌다고 할 수 있다.

결과는 다다음 주에. 왠지 시커먼 공대생들만 잔뜩 지원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지만, 잘 되리라 믿는 것 이외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뮌헨응용과학대학 (Munich University of Applied Sciences)
http://www.hm.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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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독일 교환학생 2012. 2. 9. 01:44

교환학생 지원 2 - 토플

약 50일의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해 나는 계획적으로 움직여야 했는데, 아무래도 리딩, 리스닝, 스피킹, 라이팅의 4과목에 총체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힘들어 보였다. 심지어 내가 본 사람들 중에 가장 단기속성이었던 한 후배가 58일 동안 주위와의 연락을 끊고 토플 준비를 했다는 사실은 이제 막 연애 초기였던 나에게 두 배의 부담감을 주었다. 하지만 어차피 해야 했기에 우걱우걱 하는 수 밖에 없었다.

우선 토플 책을 구입했다.

- 해커스 VOCABULARY '초록이'
- 해커스 인터미디엇 리딩
- 해커스 인터미디엇 리스닝

리스닝 책을 사고 보니 mp3파일이 없었는데, 책을 만오천원이 넘게 팔면서 mp3파일을 별매한다는 사실에 분통이 터졌던 기억이 난다. 결국 지인이 갖고 있던 파일을 받았지만, 지금 생각해도 이런 상술은 참으로 황당하다. 아무튼 책의 질은 참 좋았다. 특히 초록이라고 불리는 보카책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VOCA는 사실상 리딩 과목의 전부라고 과언이 아니다.

단기속성으로 다행히 성과를 이룬 나의 공부방법은 이랬다. 리딩의 경우 매일 3지문을 풀었다. 이 과목은 기본적인 독해 능력이 비슷하다고 가정한다면, 단어가 80% 그리고 익숙함이 가져다 주는 빠른 가독성을 느끼는 것이 20%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것을 먼저 전제한 뒤에, 지문에 어떠한 표시도 하지 않고 제한 시간 내에 빠르게 읽어나가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 꾸준히 단어를 공부했다. 약 42문제의 리딩 시험 중에 단어 문제가 무려 13개나 나오기 때문에, 단어만 먹고 들어가도 나머지는 운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 였다. 결국 60일분 가운데 34일 정도 밖에 외우지 못했지만, 이 정도로도 단어 문제는 틀리지 않게 되었다. 리딩은 사실 마무리 공부가 크게 효과를 본 경우인데, 이는 나중에 따로 언급하겠다. 어쨌든 27점을 받았으니 나는 토종 한국인임을 증명해냈다.

리스닝의 경우 많이 듣는 것 외에는 정말로 방법이 없다. 산술적으로는 책을 두 권 정도 볼 수 있었지만, 나의 나태함 때문에 결국 인터미디엇 한 권 밖에 보질 못했는데, 나는 매일 컨버세이션 하나와 렉쳐 두 개를 들었다.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이렇게 두 세트를 들었다. 리스닝은 복습이 더욱 중요한 과목인데, 나의 경우는 사실 딕테이션이니 쉐도잉이니 하는 것도 하지 않았다. 다만 이 시험의 특성을 파악하려고 했는데, 컨버세이션의 경우 패턴이 존재하긴 하지만 나의 경우 규모의 경제를 이룩하지 못했기 때문에 패턴을 분석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었고, 느끼는 대로 가야 했다. 렉쳐는 결국 단어 싸움이었기 때문에 나는 하나 더 듣기 보다는 한 단어를 더 아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리스닝 시험은 문제를 하나하나씩 밖에 볼 수 없는데, 심지어 ETS에서 앞 문제가 뒷 문제의 힌트가 되지 않도록 머리를 써놔서 제대로 듣지 못하고 문맥으로 파악하는 나같은 토종 한국인들은 정말 된통 당하기 쉬운 과목이다. 어쨌거나 생각했던 것보다는 잘 나왔지만, 내 실력보다는 다소 못나왔다는 느낌이 드는 19점이라는 점수를 받았다.

스피킹은 ... 15점이다. 시험 당시에 운이 굉장히 많이 따랐기 때문에 18점 정도는 기대했는데, 재채점 했으면 분명히 올라갔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나는 80점을 겨우 넘긴 점수 였기 때문에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재채점은 포기했다. 스피킹에는 거의 시간을 투자하지 못했고, 학원 교재에 있는 내용들을 발췌해놓고 거기에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템플릿을 구해 All in one 형식으로 정리하여 마지막 일주일 동안 보았다. 나의 경우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안이라 말문을 트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최대한 시험치는 상황을 상상하며 이미지 트레이닝 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시험 당시에 2번으로 응시했던 내 컴퓨터가 고장이 나서 한 시간 가량 기다리는 일이 발생했는데, 운좋게도 내 옆에 앉아있던 한 여자아이가 정말로 유창한 실력으로 솰라솰라 얘기하는 바람에 문제를 미리 다 알고 시험을 칠 수 있었다. 그 친구 덕에 결국 독립형 두 문제는 제대로 풀었다고 할 정도였으니 스피킹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라이팅은 왠지 가장 자신이 있는 과목이었는데, 이 역시 인터넷과 학원 교재를 발췌해서 하나의 정리본을 들고 다니며 주제에 맞게 글을 몇 편 써보는 식으로 공부를 했다. 모델에세이를 외우거나 문장 단위로 먼저 연습하거나 하는 수많은 방법들이 있는데, 나는 그냥 템플릿을 정하고 하는 편이 결국 가장 수월했다. 스피킹도 마찬가지지만 라이팅에도 참 투자를 하지 않았다. 서면 파고다 수업 가운데 가장 좋았던 건 라이팅 과목의 Chris의 강의였는데, 참으로 유용하다 생각했던 그것조차 막상 시험에서는 시간이 모자랄까 두려워 템플릿에 자리를 내어주었으니, 어쨌거나 학원의 효력은 거의 없는 셈이다. 라이팅도 23점 정도 받을 거라 생각했으나 21점을 받았다.

마무리 공부에 대해 추가적으로 얘기를 하고 싶은데, 시험 치기 일주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80점을 넘길 수 있을지 끊임없이 의문이 들었던 내 실력은 마지막 벼락치기때 반짝했던 것 같다. 마무리 공부라고 하니 꽤 거창한데, 무엇이었냐면 바로 초록 보카책에 나오는 헷갈리는 단어 + 여태껏 리딩 공부하며 모른다고 단어장에 적어둔 단어들을 총망라해서 공책 3장 분량으로 만들어 마지막 이틀을 꼬박 그것에만 투자한 방법이었다. 일종의 엑기스를 뽑은 셈인데, 어쨌거나 이 방법은 심리적으로도 주효했던 것 같다. 결국 토플 공부마저 벼락치기로 한 꼴이 되어버렸지만.

리딩이 생각보다 많이 잘나왔고, 나머지 과목들이 생각한 것에 비해 다소 모자란 점수를 받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순수 공부한 날로 40일이 채 안되던 시간 동안에, 80점을 넘겼기 때문에 점수를 확인하는 날 기분이 째졌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언제나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는, 대개 두세번씩 시험을 치는 20만원 짜리 토플 시험마저 대담하게도 한 큐에 뽑으려 했으니 간이 큰 건지, 통이 작은 건지 남에게 말하기는 조금 우습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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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독일 교환학생 2012. 2. 9. 01:17

교환학생 지원 1 - 마음의 준비

군시절, 여태까지의 내 삶이 너무나 '로컬'하지 않냐는 지금 돌아보면 웃긴 생각에 빠졌던 때가 있었다. 여기서의 로컬이란 지리적인 의미가 아니라, 부산에서 태어나 대학마저 부산에 다니면서 적당한 성적과 적당한 칭찬에 스스로 만족하며 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서 든 다소 추상적인 용어이다. 언뜻 자랑 같아 보일지 모르겠다. 늘 3~4등만 하던 내 인생은 앞으로도 어딜 가더라도 그 정도는 할 것 같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 나의 허영심이 싫었다. 고민 끝에 그것은 내가 늘 목표를 낮게 잡기 때문이 아니냐는 결론에 이르렀으나, 아무튼, 그 생각에서 나의 교환학생에 대한 꿈은 시작되었다.

대학의 친한 친구들은 CPA를 준비하거나 외국에 간다는 것에 큰 뜻이 없었는데, 언제나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찾는 내 자신에 은근한 자뻑 기질을 유지시킬 수 있었던 나는 올커니, 그렇다면 나는 그들이 하지 않는 교환학생을 가야겠다! 라며 그 생각을 더욱 확장시켰다.

전역 이후, 교환학생이 되기 위해 나는 3개의 원어 수업을 들어야 했다. 그리고 '남들이 잘 가지 않는'(사실 나도 병적인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해봤지만, 어쨌거나 이것은 내가 남이 아닌 나로 살기 위해 스스로 부여했고, 또 현재 그것에 만족하는 나의 역할이다.) 핀란드에 지원하기 위해 필요했던 토플 점수를 따기 위해 이것저것 알아보기 시작했다.

우선 복학과 함께 나는 부산대 파고다에 스피킹&라이팅반을 등록했고, 한 달간 무언가를 얻어내보려고 열심히 다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학원을 다니던 그 순간에만 잠깐이었을 뿐, 그 학기 내내 토플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내고 말았다. 그리고 한 학기가 끝나고 돌아보니, 내 주위엔 온통 나에게 언제 '핀란드'에 가느냐고 묻는 사람들 투성이었고, 나는 어쨌거나 허풍쟁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토플을 따야 했다.

나는 그 전까지 공인영어시험을 한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별다른 이유는 아니었고 단지 그 점수가 필요했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수능 외국어 시험 이후로 영어와 본의 아니게 멀어졌던 나는 결국 친구들과 인터넷 글들의 조언에 따라 휴학을 하게 되었다.

휴학을 하고 이번에는 잘 가르친다는 서면 파고다에 한 달간 등록을 했다.  나는 무언가를 배울 때 학원을 다녀야 한다는 생각을 평소에 잘하지 않던 터라, 26만원이라는 돈을 들여 수업을 듣는다는 것이 매우 비싼 일이라고 생각했다. 역시나 학원을 다니면서도 숙제와 공부를 제대로 하지는 않았지만, 어쨌거나 학원을 다녔던 9월 한달이 그럭저럭 무언가를 하는 것 처럼 보이게는 했다.

10월에 BIFF 자원봉사를 하느라 흐름이 끊긴 나는, 지금의 여자친구에게 푹 빠져 그 시간마저 다 바치고, 11월이 다 되어서야 스스로 토플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보니 가능한 한 가장 뒤에 치를 수 있는 시험은 12월 18일. 약 50일 남짓한 시간이었다. 남들에게 부끄러운 것도 그렇거니와 결국 휴학하지 않은 것과 다름 없어진 이 상황이 스스로에게 크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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