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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독일 교환학생 2012. 8. 16. 19:52

교환학생 지원 5 - D-20

미래에셋 장학금에 합격한지도 벌써 한달 반이 지났네. 520만원을 통장으로 쏴준 든든한 미래에셋!! 다녀와서 여러가지 의무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정도 쯤 아무것도 아니다. 이 돈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교환학생을 준비했을지... 고마운 재단이다.

그리고 어느 새 독일행 비행기를 20일 앞두고 있다. 내가 타고 갈 비행기는 SAS! 스칸디나비아항공이다. 7월 중순에 예매했던 가격이 1,312,800원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가장 쌌던 터라 어쩔 수 없이 선택했었다. 



북경과 코펜하겐을 경유해서 뮌헨으로 가는 항공편인데, 이게 의외로 괜찮은게 우선 김해출발이라는 점. 이번에 브라질에 다녀오면서 인천공항 가는 길에 한번 크게 데여서 그런지 집 가까운 김해공항에서 간다는 점이 우선 가장 마음에 든다. 그리고 가는 길에 코펜하겐에서 1박 스톱오버를 할 수 있다는 점도 베리 굿! 그리하여 내 생애 유럽 첫 여행지로 아게르의 덴마크가 선택되었다.



그리고 한 학기 동안 머물 기숙사도 정해졌다. 브라질에 있을 동안에 서류를 전달해야 해서 꽤 부담이 되었었는데, 다행히 잘 처리되었다. 뮌헨을 비롯한 독일의 기숙사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학교마다 있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시립 기숙사 네트워크가 구성되어 도시 곳곳에 위치해있고 어느 학교 학생이나 들어갈 수 있는 형태로 되어 있다. 나는 다행히도 3.7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Stiftsbogen에서 살게 되었다.


9월 6일에 뮌헨에 도착하면, 버디가 나를 데리고 각종 서류를 처리하러 간다. 내 버디는 이란 출신의 27세 여자다. 어릴 때부터 독일에 살아서 독일어를 잘하긴 하지만, 완벽한 수준은 아니란다. 어쨌거나 내 독일 인생을 많이 도와줄 엘리 누나(?)에게도 미리 고마움을 전했다.


하루만에 기숙사 계약을 마치면 바로 포르투로 여행을 떠날 계획도 세웠다. 라이언에어에서 뮌헨발 포르투착 비행기를 42유로에 끊었는데, 끊을 때는 적당한 가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주변에 유럽을 다녀온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니 꽤나 비싼 가격이란다. 다음부터는 더 잘 알아보고 사야지 ㅠ.ㅠ 아무튼 나는 포르투갈&스페인 안달루시아 9박 9일 일정을 계획중이다.


20일 남짓한 시간 동안 갑자기 영어와 독일어 실력이 늘어나지는 않...겠..지? 슬슬 걱정이 된다. 브라질 다녀와서 부터 시작했어야 했는데 너무 놀았다는 후회가 막심.. ㅠ.ㅠ


써놓고 보니 지난 4번째 포스팅을 한 후에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재정증명서는 뽑으려고 했는데 서류통과가 안될 듯하여 일찌감치 포기했고, 슈페어콘토로 가기로 했다. 이들에 관해서는 잘 정리해둔 블로그가 많아서 굳이 포스팅하지는 않겠지만 슈페어콘토를 만들고 나면 간단하게 소감을 적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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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음악 2012. 8. 3. 15:58

가을방학 - 한낮의 천문학


낯선 도시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
해 떨어지는 시간을 적기
그림자가 섞이는 그때 비로소 난 도착할 수 있는 것

낯선 그대가 내게 퍼붓는 질문들
겸손한 학생의 눈빛으로
천문학자가 밤을 기다리듯 조금만 시간을 가져요

어제 일과 작년의 다짐과
어린 시절의 반짝거림들
이 모든 것들을 어찌 다 전하나요
한낮 창가의 문답 몇 개로

숱한 밤을 함께 보내며
켜켜이 쌓인 은하수만큼 많은 얘길 나눠도
동이 트고 태양이 뜨면 연인들의 별은 빛을 잃던 걸요

잔인한 한 낮 더위에도
제자리에 붙잡힌 별들이 때론 안쓰럽죠

숱한 밤을 함께 보내며
켜켜이 쌓인 은하수만큼 많은 얘길 나눠요
동이 트고 태양이 뜨면
겸손한 학생이 되어 기다려요 우리




내 인생의 첫번째 꿈은 천문학자였다.

<별과 우주>를 사보며 88개의 별자리를 다 외웠던 15년 전의 내가 떠오른다.

삶에서 가장 미스테리한 것이 '시간'이라며 과연 그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나날들도.

과학 서적을 뒤적이지 않아도 해답을 알 수 있을 때가 올텐데

아직은 오지 않았다.


더운 여름 날에 기계음이 잔뜩 들어간 클럽 노래를 찾던 내 마음이,

출시된 지 한 달이 넘어서야 듣는 가을방학의 신보로 다시 잠잠해진다.

그렇다고 감성에 잠긴 것은 아니다.

매우 담담하다.


삐라시카바 시립 극장에서 들은 교향악단의 마지막 곡 제목이 궁금하다.

브라질의 전통 음악이라며 라이언 킹 주제가가 도입부에 들어 있던 곡이다.

그 날 내 옆에 있는 모두가 자고 있었지만 난 왠지 잘 수가 없었다.

그 음악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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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영화 2012. 5. 2. 01:49

타인의 삶

HGW XX/7 gewidmet, in Dankbarkeit.

참 괜찮은 영화. 어떤 멋진 언어로 이 영화를 표현해야 할 지 나는 잘 모르겠다. 대학 신입생 시절, 당시 유행하던 소형 멀티플렉스가 정문 앞에 하나 생겼는데, 그 건물 벽에 커다란 포스터에 이 영화 포스터가 걸려있었다. 그 진중해 보이는 포스터는 사색적인 영화의 제목과 어우러져 나의 관심을 끌었지만, 5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올 책이 오듯이, 올 영화도 나에게로 온다. 그것도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우연히 도서관에서 빌린 책 사이에 자리한, 다음 사람을 위한 따뜻한 쪽지 한 장을 얻게 된 것 처럼 온다.

오늘 갑자기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독일어 수업 덕분이었다. 목소리가 멋있고 특히나 말투가 참 기품있으신 내가 좋아하는 교수님은 생각지도 않게 시청각 수업을 하시겠다며, 무심히 영화를 트셨고 나는 어떤 딴짓을 해볼까 하던 생각을 멈추고 곧바로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시간이 부족해 다 보지 못했지만, 모처럼 영화를 보고 설렜던 나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분절된 시간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다 본 지금, 나는 행복을 느낀다.

또 한 명의 멋진 배우를 알게 된 것이 감사하다. 세상엔 참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진한 감동을 주는 사람들은 역시 배우가 아닌가 한다. 짧은 지식으로 하는 표현이 적당할지는 모르겠는데, 비즐러 역을 연기한 울리쉬 뮤흐 분은 네오리얼리즘 시대의 어느 이탈리아 영화의 주인공과 같은 느낌을 준다. 영화가 개봉하고 1년 뒤에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는 안타까운 이야기가 한편으로는 영화의 감동을 증폭시켜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엘리트로서 비밀경찰학교의 교수였던 자가 우편배달부가 되기까지, 말수가 적고 담담한 비즐러의 성격이 꼭 마음에 든다. 어쩌면 지금은 우편배달부라는 직업이 낭만적이라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뭐 좋다. 긴 말을 할 능력이 없으니 급마무리해야지. <굿나잇앤굿럭>, <피아니스트>, <유령작가>, <블랙북> 같은 영화들과 <염소의 축제>, <소송>, 그리고 <세계문학사>와 같은 책들이 생각난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름다운 영혼을 위한 소나타' 혹은 '선한 사람들의 소나타'라는 말과 '게오르그 드라이만' 이라는 이름도 마음에 든다. 마지막에 부드럽게 떠오르는 잔잔한 음률도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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