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리스트
VIEW ALL에 해당되는 글 63건
- 2012.12.07 벤(Ben) - 키도 작고, 예쁘지 않지만...
- 2012.11.27 토론의 달인 세상을 이끌다 - 오바마 연설
- 2012.11.26 도쿄 필하모닉 - 대항해시대 2 OST 오케스트라 메들리 1
- 2012.11.23 EBS 다큐프라임 <킹메이커> 3부작
- 2012.11.20 뮌헨 Hellabrunn 동물원
글
Archive/음악 2012. 12. 7. 09:59벤(Ben) - 키도 작고, 예쁘지 않지만...
여중생이 인터넷 아이디로나 써볼 법한 베베미뇽이라는 그룹을 알게 된 것은 약 2년 전인 듯 하다. 나는 신용재나 윤민수 같은 보컬들의 노래들은 금방 질려버리는 패스트푸드라고 생각을 해왔다. 베베미뇽은 윤민수가 대표로 있는 소속사에 속해있고, 심지어 내세우는 타이틀이라는 것도 '발라드 아이돌'이나 '여자 포맨'따위에 지나지 않았다. 활동이라고는 멤버 가운데 한명인 '해금'이 예능프로그램에서 몇 번 존재감을 드러낸게 전부인 이 그룹의 음악을 몇 년간 계속 MP3플레이어에서 빼지 못했던 것은 바로 보컬인 벤(Ben)의 목소리 때문이다.
베베미뇽의 타이틀을 달고 나온 '키도 작고, 예쁘지 않지만...'은 완전한 벤의 솔로곡이며, 다른 멤버들은 심지어 코러스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키가 150cm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이 91년생 보컬은 어딘가 앳된 목소리를 갖고 있지만, 파워풀한 가창력을 보여준다.
비록 지나치게 소녀틱한 가사 때문에 누군가에게 추천하기에는 다소 민망한 노래지만, 드라마틱한 곡의 전개에 호소력 짙은 벤의 목소리가 잘 스며든 이 곡은 충분히 들을만한 가치가 있다. 뻔한 발라드의 전개 방식을 갖고 있지만 악기를 간단하게 써서 싸보이는 것을 막을 수 있었고, 이쯤되면 최고음에 다다랐구나 싶지만, 계속해서 올라가는 음이 노래의 흥미를 더해준다. (싱글 앨범에 자신있게 넣어둔 Instrumental 버전을 보면 곡 자체에 자신이 있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오빠'나 '맑은 눈' 따위의 민망한 가사는 정말로 그런 일을 겪어봤을 것 같은 이 키 작고 여린 소녀가 담담하고 힘차게 부름으로써 오히려 스토리를 갖게 되었다. 제목만 봐도 그렇고, 이 음반의 자켓사진을 보면 다분히 소녀층의 감성을 노린 것을 알 수가 있다. 게다가 음반 발매 당시에 보컬인 벤이 하고 있던 헤어스타일은 이를 확신시켜준다.
라이브 음악을 듣고 싶어 찾아다닌지 2년이 다 되어서야, 드디어 라이브를 발견했다. 워낙 높은 음을 계속 내야 하는 음악이라 한큐에 소화해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지만, 라이브를 들어보니 약간의 실수는 있지만 가창력은 진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역량을 비교하려는 것은 아니고, 단지 작은 체구에 힘찬 목소리가 이선희를 떠올리게 한다.)
베베미뇽(벤) - 키도 작고, 예쁘지 않지만...
이렇게 좋은 날 무얼 하나요
내 생각 가끔은 하나요
곁에만 있어도 좋았던 사람
다시 그 품에 안겨 봤으면
나는 키도 작고 예쁘지 않지만
오빠 사랑은 날 가장 예쁘고 빛나게 해 줬어
오빠의 맑은 눈을 따스한 손을
난 기억해요 돌아갈 순 없겠죠
가슴에 사랑해요 사랑한다고 말해보지만
오늘도 돌아서요 바보처럼
어쩔 수 어쩔 수 없는 거라면
그래요 이건 어때요
차라리 사랑한 적 없었던 것처럼
그냥 아는 오빠 동생 사이는
나는 키도 작고 예쁘지 않지만
오빠 사랑은 날 가장 예쁘고 빛나게 했어
오빠의 맑은 눈을 따스한 손을
난 기억해요 돌아갈 순 없겠죠
가슴에 사랑해요 사랑한다고 말해보지만
오늘도 돌아서요 바보처럼
하루도 나 없이는 안될 것 같아 그랬잖아요
모두 나 때문에 참는다고
나 때문에 사는 거라고
눈 뜰 때도 잠이 들 때도
오직 나만 사랑한다고요
* 지금 기사를 보니 베베미뇽이 사실상 해체 수순이라고 한다. 어차피 벤을 솔로로 데뷔시키기에는 다소 약하다 싶어서 꾸린 팀이었을테니, 오히려 홀로서기가 더욱 괜찮은 선택인 것 같다.
'Archive >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e Lord of the rings symphony - 반지의 제왕 테마 오케스트라 풀버전 (0) | 2012.12.14 |
---|---|
Alan Menken(알란 멘켄) 그리고 Disney Forever (0) | 2012.12.11 |
도쿄 필하모닉 - 대항해시대 2 OST 오케스트라 메들리 (1) | 2012.11.26 |
Lucia(심규선) - 부디 (0) | 2012.11.15 |
Kings of convenience - I'd rather dance with you (0) | 2012.11.11 |
트랙백
댓글
글
Archive/스크랩 2012. 11. 27. 06:04토론의 달인 세상을 이끌다 - 오바마 연설
오바마의 스피치 능력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저도 외국에서 영어 공부를 하겠노라 결심을 하고 보니, 자연스럽게 오바마의 스피치를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 그의 목소리와 발음을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그의 방식은 공부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니까요. 마침 유투브에서 연설을 보다가 괜찮은 영상이 있어서 링크를 걸어봅니다.
'Archive > 스크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바마 2012 민주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문 (0) | 2012.11.19 |
---|---|
잡스의 프레젠테이션 (0) | 2012.03.13 |
트랙백
댓글
글
Archive/음악 2012. 11. 26. 06:51도쿄 필하모닉 - 대항해시대 2 OST 오케스트라 메들리
맥북을 쓰게 되면서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항해시대를 플레이 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항해시대 5편이 출시된다면 패럴이니 붓캠이니 당장에 깔아서 플레이 하겠지만요. 어쨌든 내 유년기를 함께 했던 소중한 '작품'입니다. 무슨 오덕스러운 말이냐 싶으시겠지만, 저는 그러합니다. 저는 삼국지와 대항해시대, 그리고 점심시간 마다의 축구를 생각할 때면 금방 그 유년시절의 그 장면과 공기가 떠오릅니다. 어제의 일이 아닌 아주 오래된 것에 대한 진한 노스탤지어랄까요.
구체적으로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당시 중학생이었던 육촌 형네 집에 놀러가서 대항해시대2 플레이를 보곤 했습니다. 매우 어린시절이지만 분명히 기억이 납니다. 저의 육촌 형은 당시에 PC통신과 CD게임에 정통했었는데, 덕분에 워크래프트니 삼국지3이니 하는 게임들을 접할 수가 있었죠. 떠올려보면 무려 그게 6살 때 였으니, 저도 놀랍습니다. (어릴 땐 참 똘똘하단 소릴 많이 들었죠...) 그 때 형성된 어떤 무의식이 그 직후의 저를 결정했던 것 같습니다. 7살 때부터 4년 동안 컴퓨터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으니까요. 고등학생이 되기 직전까지도 저는 문과생이 될 줄 몰랐습니다.
어린 시절 이후로 꾸준히 대항해시대를 플레이했었죠. 특히 4편이 제일 좋았습니다. 사실 그 전의 편들은 수많은 호평에도 불구하고 왠지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4편을 플레이할 때도 2편의 OST를 틀어놓았습니다. 제 생각엔 이 노스탤지어의 가장 큰 부분은 음악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음악이 이 게임의 내용이 아닌, 게임을 하던 당시의 풍경으로 저를 보내주는 셈이죠.
요코 칸노라는 음악가는 대항해시대 말고도 카우보이 비밥이나 건담같은 일본 만화의 OST를 많이 담당했었는데요. 저는 대항해시대의 OST를 제외하고는 모두 별로였어요. 그래서 그녀의 음악을 좋아한다고 하기는 우습고, 대항해시대 OST를 좋아한다고 말을 합니다. 뮌헨에 오기 직전까지도 제 mp3 플레이어에는 이 음악들이 가득했는데, 토플 공부를 한답시고 다 지워버렸다가, 오늘 또 다시 생각이 나서 한번 찾아봤습니다. 아무쪼록 5편이 꼭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도쿄 필하모닉이 연주한 대항해시대 2편 OST입니다.
* 유럽에 와서 대항해시대가 참 영향을 많이 주었구나 라는 생각을 더욱 하게 됩니다. 제 첫 유럽 여행지는 북해의 요충지였던 코펜하겐이었고, 그 다음은 포르투와 리스본이었죠. 또 그 다음은 세비야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곧 함부르크, 런던, 암스테르담, 브뤼헤, 앤트워프와 같은 추억의 도시들을 가게 됩니다. 이렇게 항구도시를 좋아하는 것은 비단 제 고향 부산이 항구도시이기 때문만은 아니겠죠.
** 제가 가장 많이 플레이했던 캐릭터는 릴 알고트 였습니다. 북해에서 시작하는 캐릭터가 좋았거든요.
'Archive >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Alan Menken(알란 멘켄) 그리고 Disney Forever (0) | 2012.12.11 |
---|---|
벤(Ben) - 키도 작고, 예쁘지 않지만... (0) | 2012.12.07 |
Lucia(심규선) - 부디 (0) | 2012.11.15 |
Kings of convenience - I'd rather dance with you (0) | 2012.11.11 |
에피톤 프로젝트 with Lucia(심규선) - 어떤 날도, 어떤 말도 (0) | 2012.11.11 |
트랙백
댓글
글
Archive/다큐멘터리 2012. 11. 23. 02:58EBS 다큐프라임 <킹메이커> 3부작
EBS에서 10월 29일 부터 31일 까지 3일간 방영한 다큐프라임 킹메이커의 리뷰를 해볼까 합니다. 최근에 대선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정치에 대한 관심이 많이들 늘고 있죠. 저는 부끄럽지만 정치에 그리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닙니다. 정책 하나하나를 꼼꼼히 따져서 비교해볼 만한 지식을 갖추지도 못했죠. 때문에 저는 선거 때가 되면 후보의 인격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능력도 있고 인간미가 있는 사람이면 괜찮습니다. 이상주의적인가요? 다만 감성정치와 포퓰리즘은 늘 경계하고 있습니다.
손석희 교수가 나레이터 겸 진행자로 등장하는 <킹메이커>는 3부작으로 되어 있습니다. 1부 부터 각각의 제목은, '네거티브 전쟁', '중도파는 중간에 있지 않다.', '당신들의 선거운동은 석기 시대의 것이다.' 입니다. 사실 3부작은 조금 짧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제가 동시에 보고 있는 다큐프라임 <자본주의>는 반면 5부작이 많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요즘의 관심사가 정치에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1부 '네거티브 전쟁' 에서는 미국 1988년 선거와 러시아 1996년 선거를 예로 들어 네거티브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선 1988년 미국 대선에서는 듀카키스가 부시를 상대로 우세를 점하고 있었는데요. 부시는 '다쓰베이더'로 불리던 37세의 젊은 선거 전략가 리 애트워터와 함께 네거티브 전략으로 시종일관 듀카키스를 공격합니다. 듀카키스는 공화당의 공격에 무대응전략으로 맞섰습니다. 유권자들이 자신의 경력을 믿고 그런 더러운 이야기를 믿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죠. 하지만 결과는 완벽한 역전승, 부시가 54%를 얻어 듀카키스를 이겨버렸습니다. 사실 네거티브 전략이 낯선 것이 아닙니다. 24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메인화면에서 그런 뉴스를 볼 수 있어요. 언론을 잘 이용하면 네거티브 전략은 더욱 그럴 듯 하게 보이죠.
리 애트워터의 전략은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중세의 '백성'이나 근대의 '시민'이 아닌, '대중'이라는 단어가 우리 일반 사람들을 지칭하는 때가 된 지금도 여전히 무언가에 휘둘리고 있다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지금은 바로 우리를 휘두르는 것이 정보죠. 요즘은 인터넷 여론이라는 용어가 흔히 2, 30대의 일반적인 경향을 설명하는 말로 쓰이고 있는데, 이런 쓰임 부터가 이미 정보가 얼마나 사람들을 호도하는지 잘 나타내주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우리는 어떤 글의 댓글의 방향성을 보고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켜 자신의 의견으로 만드는 일을 너무나도 무의식적으로 해오고 있습니다. 내 생각의 근간에 부정확한 정보들이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죠. 리 애트워터는 이러한 무의식에 침투하는 교묘한 전략을 사용합니다. 결국 그 공을 인정받아 부시 취임 후 38세에 공화당의 전국의장직을 맡을 수 있게 됩니다.
네거티브 전략의 주요한 방식 가운데 하나는 내가 나쁜 말을 퍼뜨렸을 때, 상대방이 그에 대해 반응을 하는 것 자체로도 이미 대중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일종의 맥락 효과로서 당사자와 그 나쁜 이미지가 연결되어 버리는 것이죠. 그래서 이 잘 구사된 네거티브 전략에는 대응하기도 어렵고 대응하지 않기도 어렵습니다.
러시아의 선거에서는 당시 대통령이었던 옐친이 재선을 하고자 했지만 지지율이 한 자리수에 불과했었습니다. 옐친은 미국의 정치컨설턴트들을 불러 들여 선거 전략가로 삼았고, 이들 역시도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당시 유력 후보였던 주가노프를 공격하는 대신에, 그의 '공산당'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 광고들로 언론을 도배해버린 것이죠. 예를 들면 전쟁이나 폭력적인 장면들을 방송에 자주 내보내서 공산당의 잔학성을 시청자들의 무의식에 심는 방식이었습니다. 게다가 전화 설문조사를 빙자해 유권자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기도 했죠. 결과는 아시다시피 옐친 대통령의 승리였죠.
리 애트워터가 사용했던 네거티브 전략 가운데 특히 효과가 있었던 것은 듀카키스가 매사추세츠 주지사로 있던 시절에 일어났던 범죄에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것이었습니다. 듀카키스가 재임했던 당시 매사추세츠에서는 범죄자들의 주말 휴가를 실시했는데, 그 중 윌리 호튼이라는 흑인이 휴가를 나가서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애트워터는 윌리 호튼이 무서운 눈으로 CCTV를 쳐다보고 있는 장면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듀카키스를 언급합니다. 결국 듀카키스의 이미지는 윌리 호튼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이 커질 수록 떨어져버린 것이죠. 사실 죄수 주말 휴가제도는 부시가 부통령으로 있던 당시에 행정부에서 이미 허가했던 제도였는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전략은 먹혀듭니다.
한창 잘나가던 리 애트워터는 뇌종양으로 요절하게 되는데, 죽을 때 남긴 마지막 편지에서 미국인과 자신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정치인들, 그리고 윌리 호튼에게 사과하는 글을 남겼습니다. 네거티브 선거가 실로 미국 정치 역사의 큰 오점이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2부는 '중도'라는 단어가 사실상 허구임을 말해줍니다. 누군가는 자기 자신이 중도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어쩌면 양극단에 위치하지 않음으로써 위험을 회피하려는 무의식적인 위치선정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여러 실험을 통해 나온 결과는 정치적 중도라는 것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미국의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루즈벨트와 레이건의 성공방식을 보여줍니다.
양 당의 유력후보 지지자들을 모아놓고 한 실험을 보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모순적인(불리한) 발언을 접했을 때 참가자는 뇌를 훨씬 빨리 움직여 그러한 모순을 인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이는 양쪽 끝에 있는 사람들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의미있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두 후보가 선거에 임할 때, 흔히 '대립을 피하고 타협을 통해 통합의 리더십을 이루자'는 일반적인 방식으로 '중도파'를 자신의 지지자로 만들려고 할텐데요. 실험에 따르면 사실 중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각각의 정책에 대해서 진보나 보수의 입장을 갖고 있다는 것이죠. 결국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는 이슈에 대해서 어정쩡하게 중간쯤 되는 견해를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프레임 전쟁>의 저자인 버클리대 언어학과 교수 조지 레이코프는 두 개의 상반된 도덕 체계가 동시에 한 사람의 뇌에 존재할 수 있다고 합니다. (mutual inhibition) 결국 이것은, 중도 지지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으로 밖에 임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거나 혹은 A에서는 친A이야기를, B에서는 친B이야기를 하는 기회적인 방법을 해야한다는 것이죠.
다큐프라임은 지금까지의 실험을 통해서 루즈벨트의 일화를 설명합니다. 루즈벨트의 뉴딜정책에 반대하는 세력이 많던 당시, 루즈벨트는 반대파들에게 손을 내미는 대신에 확실하게 밀고나가겠다고 합니다. 반면 상대였던 랜든은 동부에서는 뉴딜 정책을 비판하고, 서부에서는 뉴딜 정책을 옹호하는 이중적인 방식으로 중도파에 손을 내밀었지만, 오히려 진정성을 잃고 맙니다. 누가 승리했는 지는 뻔하죠. 프로그램은 이에 이어 루즈벨트와 레이건의 성공사례를 실험과 일화를 통해 보여줍니다.
또 다른 실험입니다. 같은 질문을 다른 단어를 사용해서 물어봅니다. 'KTX 일부 노선을 사기업에 매각하는 것에 찬성하십니까?' 라는 질문에서는 압도적으로 반대가 많아서 진보의견이 많았던 반면에, '고속철도의 경쟁체제도입에 찬성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찬반이 비슷하거나 심지어 앞서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정치적인 단어 선택이 주는 효과가 대단합니다.
방향은 꽤 달랐지만, 루즈벨트와 레이건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데에는 그들의 정책이나 정치적인 강단 뿐만 아니라 이야기꾼으로서의 단어 선택 및 정치적인 은유 능력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중개념 주의자(중도파)를 설득하기 위해 그들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리고 그것은 묘하게 보수적인 혹은 진보적인 프레임을 그려냅니다. 중도파는 루즈벨트의 '너희들은 도둑질 하지 말지어다'라는 연설을 통해 진보적인 프레임에 빠져들고, 레이건의 '웰페어퀸' 이야기를 들으며 그 사안에 대해 보수적인 생각을 갖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중도파는 존재하지 않으며, 이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신념을 버리고 양쪽 모두에게 맞추는 것보다는 자신이 진심으로 믿고 있는 것을 가지고 유권자들을 잘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3부에서는 본격적으로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사용했던 소위 21세기형 새로운 선거전략에 대해서 소개합니다. 어떤 유권자가 어느 날 오바마 선거캠프로부터 메일을 받았는데, 자신의 아내도 동시에 같은 사람으로부터 메일을 받았지만 내용이 조금 다른 것을 알아차린다는 일화를 시작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른바 '마이크로 타겟팅' 이라고 불리는 방식입니다. 개별 유권자에 대한 정보들을 다 끌어모아서 분석한 뒤에 그에 알맞은 내용의 메일을 보내는 것이죠. 20대 남자와 50대 남자는 정치적 스탠스가 다르고 그들이 기부할 수 있는 금액이 다릅니다. 50대 남자와 50대 여자의 입장도 다릅니다. 세밀하게 접근하는 방식이죠.
2008년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가장 큰 수훈갑은 바로 인터넷입니다. 2000년대 말 세계적으로 대통령 선거에 소셜 미디어의 바람이 크게 불었죠. 오바마의 성공방식 가운데 하나는 홈페이지에 유권자들의 정보를 모으고,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서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훌륭하게 조직화된 데이터베이스의 힘은 과연 대단합니다.
자원봉사자들은 미국 전역에서 각자의 네트워크를 이룹니다. 오바마닷컴에 나와있는 공지사항을 보고 해당 지역에 있는 오바마 지지자들이 스스로 참가 신청을 해서 함께 운동을 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인터넷을 통해서 지지자를 조직하는 방식입니다. 이들 지지자들은 서로 처음 만나더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 유세, 거리 유세, 전화 유세, 편지 유세를 하며 '즐겁게'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캠페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유대를 맺으며 소위 '네이버후드팀'으로서 활동합니다.
많은 사람들을 집회나 모임에 모으는 것은 어렵지 않죠.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에너지를 실제 득표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오바마 진영은 산발적으로 흩어져있는 지지자들을 조직화해서 그들 가운데 리더 봉사자를 뽑고,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제공해서 실제 '캠프 오바마' 소조직으로 운영함으로써 힘을 응집하는 방식을 전략으로 사용합니다.
사실 이것이야 말로 전통적인 진정한 정치, 즉 지역사회에서 지역민들이 스스로 참여해서 어떠한 조직화된 힘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러한 것을 돕는데 인터넷이라는 디지털 기술이 사용되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도 지지난 16대 대선에서 '인터넷의 힘'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었다고 얘기를 합니다. 다만 우리의 방식은 인터넷의 확산성을 통해 비교적 진보적인 젊은이들이 투표에 열심히 임했다는 것이죠. 오바마의 선거전략과 비교해보았을 때 그 조직화된 힘이나 적극성이 드러나는 방식은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오바마 캠프는 '일각고래 프로젝트'라는 방식, 즉 시카고에 위치한 캠프 본사에 모든 데이터베이스를 집중시켜서 한번에 관리하는 방식으로 지난 모든 미국의 선거가 '석기시대의 것'이 될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맞게 선거전략도 변해갑니다.
<킹메이커> 3부작은 수작이라 부를만 합니다. 시의적절하게 내보내서 시청률을 확보해보겠다는 계산도 있어 보입니다만, 다큐멘터리 자체는 잘 짜여져 있습니다. 손석희 교수의 진행은 친근하면서도 다큐멘터리가 중립적이고 전문적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사실 3부는 오바마 캠프의 선거전략을 분석하는 것이 대부분이라, 자칫 오해를 부를 수도 있지만 진행자의 이미지로 그것을 희석해버렸습니다.
요즘 정치에 대한 관심이 점점 늘어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충분한 정도는 아닙니다. 저만 하더라도 선거 기간이 아니면 신경쓰지 않지요. 반성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흥미 유발면에서 시청자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4부작으로 만들어서, 마지막 부에 정치가 우리 사회에 실질적으로 미친 영향들에 대해서 한 두 사례를 들어 보여주었다면 더욱 훌륭한 짜임새를 갖출 수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리고 '정책'이 아닌 다른 어떤 '킹메이커'에 의해 선거판이 좌우되는 것을 경계하는 메시지를 담는다면 더욱 흥미로울 것 같군요.
'Archive > 다큐멘터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인의 밥상 - 국수기행 2부작 (0) | 2013.01.22 |
---|---|
걸어서 세계속으로 121014, 독일 고성가도 편 (0) | 2012.10.16 |
트랙백
댓글
글
Archive/유럽 여행 2012. 11. 20. 11:21뮌헨 Hellabrunn 동물원
뮌헨 Hellabrunn 동물원
2012년 11월 18일
'Archive > 유럽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뮌헨 피나코텍 시리즈 - 알테 피나코텍(Alte Pinakothek) (0) | 2012.12.15 |
---|---|
여행자의 노트 (수정 : 13년 1월 17일) (0) | 2012.12.14 |
다카우 수용소 기념관 (KZ, Concentration Camp) (0) | 2012.11.19 |
체코 프라하 #1. 여행의 기록 (1) | 2012.10.31 |
포르투갈 여행 - 포르투 도착, Oporto poets hostel (2) | 2012.09.10 |
RECENT COMMENT